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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새해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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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1-15 17:34 조회4,36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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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새해를 맞으며




                                                      법안 / 주지스님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새해 첫날 해맞이를 신도들과 함께 비봉에서 했습니다. 저로서는 꼭 1년 만에 비봉에 오른 셈입니다. 더러 바다에서 일출을 본 경험은 있지만 산에 올라 떠오르는 해를 본 것은 작년과 올해 두 번째입니다. 작년의 일출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그 광경이 장관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해 무리를 뚫고 나오는 해 머리였습니다. 봄에 새순이 돗는 듯 조그마한 해 머리가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둥근 연꽃모양의 예쁜 연등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곱디고운 처자가 그 해를 보며 두 손 모아 합장 예배하는 모습은 붉은 연등의 해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비봉능선의 사모바위 앞에서 떠오르는 붉은 연등의 해를 향해 손 모아 합장 기도를 했습니다. 어쩌면 그 옛날 병자호란때 전쟁터에 나갔다가 다시 살아 돌아온 총각이 사랑하는 여인이 청나라에 끌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다 바위가 되어 굳어 졌다는 그 사모 바위의 애절한 사연을 떠올리며 만 생명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했습니다. 기축년 새해는 모든 사람들의 자유와 평등이 존중되고 이해되는 화합과 상생의 한 해가 되기를 축원했습니다. 기도 할 수 있음에 참 행복했습니다.

작년 봄부터 시작된 금선사 템플스테이(사찰체험)가 출세간과 세간이 소통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산사의 체험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느낄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 같습니다. 그들과 차를 마시면서 잠깐이지만 살아온 얘기를 듣습니다. 더불어 출세간에 사는 우리들의 생각도 그들에게 들려줍니다. 지난 시간 살아온 내용들이 제각각입니다. 주는 빛깔도 다양합니다. 많은 것을 배웁니다. 그들 또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갈 것입니다. 만남이 반갑고 새해에도 그렇게 인연되어질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올 한해 지난해보다 더 어렵다고 합니다. 플라톤은 인간이 행복하기위해서는 약간의 부족함과 모자람이 있을 때라고 합니다. 부처님은 소유로부터 자유로울 때 진정한 행복이 성취된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것을 경제논리로 귀결시키려고 강제하는 지도자의 논리가 걱정됩니다. 새해 벽두부터 전쟁으로 인해 무고한 민간인과 어린이들 수천 명이 희생되는 인간의 탐욕과 무지를 봅니다.

우리들 마음의 거울 속에 비치는 이러한 인간들의 욕망은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여실히 일깨워 줍니다. 모든 생명이 부처라 합니다. 만 생명이 깨어있지 않음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바로 보리라 하였지요. 그래서 세계는 일화이고 동체동근이라 합니다. 너와 내가 무너져 울타리가 없는 그 자리가 불국토입니다.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마음으로 보듬어 줄 때 그와 내가 하나로 만나 부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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