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의 여행 - 15(펌글)
페이지 정보
작성자 현장 작성일12-04-15 20:19 조회8,512회 댓글0건본문
삼계의 여행(15)
최초의 인간에 대한 언급은 “장아함경 중의 소연경(所緣經)”이나 “중아함경의 범지품” 또는 “세기경 본연품” 등에 보이는데 그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첫 인간은 원숭이가 아니라 색계의 제2선천 중에서 제2천인 광음천(光音天=無量光天)에서 복과 수명이 다한 천인(天人)이 내려온 것이라고 합니다. 불교는 인간을 원숭이에서부터 진화한 것이 아니라 색계의 천인(天人)이 화생(化生)하여 이 세상에 나타난 것으로 설명합니다. 원래 광음천은 이곳에 사는 천인들이 입에서 맑은 빛을 내어 그것으로 의사를 소통했기 때문에 지어진 이름입니다. 생각만 하면 그것이 빛이 되어 나왔기 때문에 음성으로 말을 할 필요가 없으며 음식은 생각만 해도 저절로 배가 불러져 탁한 음식을 먹지 않기 때문에 몸에서는 광채가 나며 신통력으로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닌다고 합니다. 이 광음천의 천인들도 인연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복을 다 누리고 나면 다른 세상으로 가야 합니다. 처음 광음천의 천인이 다시 태어난 곳이 인간세상의 첫 시작이었던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 온 천인들은 자기들을 일컬어 중생(衆生)이라고 했습니다. 이 천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인간으로 변한 것은 아니고 인간으로 퇴보하는 데는 장구한 세월이 걸렸습니다.
원래 천인들은 생각만으로 배가 포만하였기 때문에 음식을 먹지 않았는데, 인간세계에서 태어나고 보니 목마름을 느꼈습니다. 땅에는 샘이 솟아났는데 이를 감천(甘泉)이라 했습니다, 천인들이 호기심에서 먹어보니 달고 맛이 있었습니다. 감천을 마시기 시작하자 몸이 거칠어지고 살이 찌게 되어 자연 天人의 아름답고 미묘한 형색을 잃었으며 몸에서 나는 광명도 줄어들고 날아다니는 힘도 잃어서 땅을 걸어 다니게 되었다고 합니다.
감천을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몸이 더 거칠어지고 추해졌다고 합니다. 물을 마시게 되면서 천인들의 마음속에는 서로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겨나 투쟁심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 감천은 사라지고 지미(地味)가 생겨났습니다. 이것이 사람이 먹게 된 첫 음식입니다.
천인들은 그때부터 지미를 먹게 되었고 먹지 않으면 허기를 느꼈습니다. 지미를 먹을수록 또 몸이 거칠어지고 추해지기 시작했으며 더 거칠어지고 추해진 사람과 덜 거칠고 추해진 사람 사이에 시기와 질투와 투쟁이 점점 더 심해져 갔습니다. 그러자 땅에서 지미가 더 이상 생기지 않게 되고 그 대신 지비(地肥)라는 먹을거리가 생겨났습니다.
지비를 주식으로 하게 되자 많이 먹고 적게 먹은 차이에 따라 더 추해지고 덜 추해진 차이가 심해져서 서로 간에 반목, 투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비를 먹으면서부터 중생은 피로를 느껴 하루를 싸우고 하루를 쉬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잠을 자지 않으면 힘들어서 활동을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제는 지비도 사라지고 파라(婆羅)가 나오게 되었는데 파라도 같은 과정을 거쳐 없어지게 되자, 자연경미(自然粳米)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것이 인간세계 최초의 곡물입니다. 쌀 종류의 모양으로 아침에 베면 저녁에 나고 저녁에 베면 아침에 돋아났으며 간이 맞고 거칠은 겨도 없어서 먹을 만 했다고 합니다.
중생들은 자연경미를 먹으면서부터 차차 형색이 달라지기 시작하여, 어떤 중생은 남자의 형상이 되고 어떤 중생은 여자의 형상이 되어 서로가 호기심으로 쳐다보고 살피는 동안에 애착심을 갖게 되어 성욕이 생겨 더욱 친근하게 되었고, 여기에서 부부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복과 수명이 다한 광음천의 중생이 이 세간에 올 때 어머니의 태중에 들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태를 받아 세상에 태어난 것이 최초의 인간입니다.
이상이 불교의 여러 경전에서 거의 비슷한 내용으로 소개되는 인간의 탄생에 대한 설화입니다. 이 설화가 말해주는 것은 인간의 삼욕(三欲), 즉 식욕(食慾)과 수면욕(睡眠慾) 그리고 성욕(性慾)의 발현입니다. 청정하고 동요가 없어 항상 고요한 천인의 마음에 이 삼욕이 생겨나면서 인간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바꾸어 말하면, 인간이 자기 마음속에서 삼욕을 제거하면 다시 천인이 될 수 있다는 소립니다.
삼계의 세상에 대한 부처님의 프레임이 보이십니까? 3지옥(三地獄)은 탐진치라는 마음의 3독이 만듭니다. 이 탐진치를 다스려 잠재된 상태의 존재가 인간입니다. 그러나 3독을 다스리는 것으로 천상에 갈 수는 없습니다. 탐진치를 씻는 계정혜 3학의 수행은 지옥에 빠지지 않고 인간계에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인간계에서 천상으로 가는 데는 3독의 제어가 아니라 3욕의 제거가 필요합니다. 지옥에 빠지느냐 아니냐는 탐진치의 3독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천상으로 갈 수 있는가는 3욕, 즉 식욕, 성욕, 수면욕의 제거에 달린 것입니다.
여러 경전에서 설명하는 인간의 탄생 설화는 바로 이 프레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2천5백 년 동안 이 프레임을 본 사람이 없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